한기석 기자

지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사고는 우리 사회의 디지털 연속성에 대한 중대한 경고등이었습니다. 예상치 못한 순간, 핵심 IT 인프라의 마비는 행정 서비스는 물론 우리 일상생활까지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워 주었죠.
그러나 이 위기는 곧 더 견고하고 안전한 디지털 미래를 위한 성장통이 될 수 있습니다. 화재의 교훈을 거울삼아, 이제는 '선제적' 방어와 '통합적' 접근을 통해 국가 전산 자료를 완벽하게 보호해야 할 때입니다.
1. 디지털 생존 전략: 이중화와 이원화로 시스템 회복 탄력성 극대화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어떤 위기 속에서도 서비스가 멈추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한 핵심 전략이 바로 **이중화(Redundancy)**와 **이원화(Multi-site Disaster Recovery)**입니다.
이중화는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심지어 전원 공급 장치(한전 수전라인, UPS, 발전기) 등 모든 IT 인프라 핵심 구성 요소를 두 벌 이상 갖추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 부분이 고장 나더라도 다른 예비 시스템이 즉시 작동하여 서비스 중단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단순한 장비 추가를 넘어, 장애 발생 시 자동으로 백업 시스템으로 전환되는 'Fail-Over' 기능의 완벽한 설계와 주기적인 검증이 필수적입니다.
나아가 이원화는 특정 지역의 대규모 재해(화재, 지진, 홍수, 광역 정전 등)에도 대비할 수 있도록,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두 개 이상의 데이터센터에 시스템과 데이터를 분산하여 운영하는 것입니다.
한 센터가 완전히 마비되더라도 다른 센터에서 즉시 서비스를 재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이는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않는다'는 지혜로운 격언처럼, 디지털 시대의 필수적인 '생존 전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주기적인 취약점 분석과 이를 기반으로 한 단기/중장기 개선 계획 수립을 통해 위험 요소를 꾸준히 줄여나가야 합니다.
2. 보이지 않는 방패: 완벽한 접지 시스템과 서지 보호로 안전망 강화
이번 화재의 원인이었던 UPS 배터리 작업 중 발생한 사고는 전기 시스템의 안전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상기시킵니다. 감전 방지, 장비 보호, 그리고 화재 예방의 근간이 되는 것이 바로 접지 시스템입니다.
직류(DC) 시스템의 배터리 계통은 물론, 교류(AC) 시스템의 TN, TT, IT 계통에 이르기까지, 국가정보자원관리원과 같은 중요 시설에는 해당 환경에 가장 최적화된 접지 방식을 선택하고 전기설비기술기준(KEC)에 따라 철저하게 시공해야 합니다. 특히 누설 전류 감지 시 신속하게 전원을 차단하는 누전차단기(RCD) 설치는 화재 및 감전 사고를 예방하는 중요한 방패가 됩니다.
또한, 순간적인 전압 변동인 서지 전압은 민감한 IT 저장 장치에 치명적입니다. UPS 시스템 자체에 내장된 전력 컨디셔닝 기능과 금속 산화물 배리스터(MOV) 같은 서지 보호 메커니즘을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나아가 낙뢰 등 외부 요인으로 인한 강력한 서지로부터 장비를 보호하기 위해, 메인 전원 인입단부터 중요 장비 앞단까지 단계별로 고성능 **서지 보호 장치(SPD)**를 설치하여 다층적인 방어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3. 화재를 사전에 막는 설계: KEC 준수와 선제적 관리로 촘촘한 안전망 구축
마지막으로, 화재 자체를 원천적으로 예방하고 확산을 막기 위한 설계와 관리가 중요합니다. 모든 전기 설비는 **전기설비기술기준(KEC)**이 요구하는 최고 수준의 절연 성능, 적절한 과전류 및 누전 보호, 그리고 충분한 이격 거리를 확보해야 합니다.
내열 및 난연성 재료 사용: 화재 발생 시 연소 확산을 지연시키기 위해 전력 케이블, 배터리실 내장재 등에 난연성 또는 불연성 재료를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이는 초기 진압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하여 피해를 최소화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배터리 관리 및 작업 안전 강화: UPS 배터리의 수명 주기 관리, 교체 주기 준수는 물론, 배터리 관련 작업 시에는 KEC 및 작업 안전 수칙을 철저히 지키고, 전문가의 감독 하에 진행되어야 합니다. 안전 교육의 강화는 인적 오류로 인한 사고를 줄이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번 사고는 국가 전산망이라는 거대한 디지털 혈관의 안정성이 곧 우리 사회의 안정성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져주었습니다. 단순히 사고를 수습하는 것을 넘어, 시스템 이중화 및 이원화, 전기 시스템 안전 강화, 그리고 KEC에 기반한 선제적 화재 예방 노력이 통합적으로 이루어진다면, 디지털 대한민국은 어떠한 위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튼튼한 토대 위에서 더욱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